text / 평론(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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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평론_제1회 기술미학포럼 발제문 -글/진중권
리얼리티, 버추얼리티, 액추얼리티 - 진중권 놀라운 것은, 역사의 어느 시점에서 사진에 대한 관념에 알게 모르게 극적인 변화가 생겼다는 사실이다. 1930년대에 발터 베냐민이 사진이라는 매체에 주목했을 때, 사진은 육안으로 볼 수 있는 영역 너머에 있는 진리를 보여주는 기술로 여겨졌었다. 영화의 몽타주 언어 역시 외과의사의 메스처럼 현실을 분석적으로 해부하는 날카로운 시각을 발달시켜주고, ‘지금, 여기’의 제약을 초월해 체험을 확장시켜주는 것으로 간주되었다. 그때 영화와 사진이라는 복제매체는 인간을 원본의 지각보다 더 현실에 가깝게 데려다 주는 기술이었다. 하지만 미디어 발전의 어느 시점에 이 매개된(mediated) 체험은 서서히 그 진정성을 의심받게 된다. 1950년대에 상업적 텔레비전 방송이 시작되..
2008.12.11 -
작가평론_'그 파열의 순간을 기록하며' 글/유원준
디지털 스투디움의 미학 _ 그 파열의 순간을 기록하며 : 작가 정흥섭 “앤디 워홀에 관한 모든 것을 알기를 원한다면, 바로 내 그림들과 영화들과 나의 표면을 봐라. 거기에 내가 있다. 그 배후에는 아무 것도 없다” : Andy Warhol 토마스 크로우(Thomas Crow)는 워홀(Warhol)의 전기 의자 이미지들로 구성된 작품을 마주하며 그를 사형 제도에 반대하는, 또한 미국적 상처에 주목하는 작가로서 분석하였다. 이러한 그의 분석은 당시의 팝 아트, 그리고 워홀에 대한 일반적 분석 – 대상을 탈 상징화하는 것 – 과는 노선을 달리한다. 그러나 워홀은 위의 언급에 머무르지 않고, 다음과 같은 말을 잇는다.[1] “죽음 연작을 하는 데에 대한 심오한 이유란 없었으며, 그들이 시대의 희생자였던 것도 아..
2008.12.11 -
전시리뷰_아트인컬쳐_포커스<게리웹/정흥섭> 글/유진상
아트인컬쳐 june 2008 포.커.스 게리웹 전 3.28 – 5.25 아틀리에에르메스 / 정흥섭 전 4.25 – 5.25 대안공간루프 정말 사실적인 것을 원하는가 글 / 유진상 « 포스트 프로덕션 »에서 니콜라 부리요는 오늘날의 ‘용법의 문화’를 다음과 같이 규정하고 있다 : ‘작품은 이전의 서사를 확장하고 재해석하는 또 다른 서사와도 같다. 하나의 전시는 다른 전시의 각본을 그 안에 담는다. 각각의 작품은 상이한 프로그램 안에 삽입될 수 있으며 다양한 시나리오를 위해 사용될 수 있다. 예술작품은 더 이상 최종점이 아니라 예술적 노력의 무한한 연쇄 안에 존재하는 어떤 순간에 불과하다. (...) 이 용법의 문화는 예술작품의 지위에 있어서의 심각한 변형을 내포한다. 예술가의 관점을 담는 수용체로서..
2008.07.22 -
전시리뷰_정흥섭개인전 'Loading...'_글.장다은 / 엘리스온
'Loading'이란 단어는 컴퓨터를 사용하는 요즘 사람들에겐 익숙한 단어이다. 자료를 컴퓨터 온라인상에 업로드 하기도 하고 다운로드 하기도 하고. 처음 정흥섭의 개인전 제목이loading이라고 들었을 때에도 아마 컴퓨터 매체를 이용하여, 이미지를 업/다운 로딩하는 것을 보여주는 작업이 되겠구나 정도로 생각하였다. 하지만 전시장에 들어서서 마주하게 된 것은 영상이미지와 함께 전시장 바닥에 놓여진 종이 작업들이었다. 정흥섭의 이번 전시 작업은 컴퓨터 화면 속의 이미지를 ‘실제 세계’로 로딩해보면 어떨까라는 단서에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보통 이런 문제를 다룬다고 하면, 컴퓨터 상의 이미지가 현실 세계에도 영향력을 발휘하는 가상현실(VR)이나 증강현실을(AR) 생각하기 쉽상인데, 정흥섭이 생각하는 것은 그..
2008.07.18 -
작가평론_Gérard Denizeau
정흥섭의 작품들은 당황스러울 정도로 다양하며 이 다양한 작품들은 특별히 선택된 상징들의 미로를 그리고 있다. 그가 선택한 상징들은 아득한 옛날부터 오늘날까지 끊임없이 논의되고 있는 인간의 본성, 밝은, 어두운, 힘찬 또는 힘없는, 역동적이면서도 소리 없는 인간의 본성에 관해 다루고 있다. 사람은 사람이 속한 세계를 이해하기 위해, 또 그 세계를 정해진 틀 안에 재현하기 위해 구분을 짓고 구분을 짓는 원리를 만든다. 정흥섭은 작품을 다루는 과정에서 한 가지 경이로운 결합을 이루는데 그것은 바로, 지극히 물리적인 재료와 격한 표현 수단이 형태와 만날 때, 무질서한 외양을 통해 구분 짓기의 원리를 거부하는 듯한 형태를 이루어 내는 것이다. Malraux 가 예술을 일컬어 « anti-destin » (반 운명..
2008.06.18 -
전시서문_류희정 / 정흥섭개인전 'Loading...'
'Loading...' 정흥섭 개인전 / 대안공간루프 로딩(Loading)이란 컴퓨터 용어로 필요한 프로그램이나 데이터를 보조기억장치나 입력장치로부터 주기억장치로 옮기는 것을 일컫는다. 그렇다면, 온라인의 이미지를 오프라인으로 로딩하면 과연 이것은 가상과 현실 사이 어디쯤에 위치하는 것일까? 작가 정흥섭의 한국 첫 개인전 Loading은 이를 자문(自問)하는 것에서 기인한다. 1960년대 초 비디오 아트의 탄생을 알리며 백남준은 “미래에는 브라운관이 종이를 대신할 것이다”라고 선언했다. 그렇다. 1980년대 PC(personal computer)의 보급과 1990년대 인터넷의 상용화는 우리의 삶에 전자매체와 정보통신기술을 도입시킴으로써 현실과 가상세계의 경계를 와해하며 그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하지만 ..
2008.04.27 -
공모전 심사평(대안공간루프)_후미이코 수미토모
후미히코 수미토모 동경 현대미술관 큐레이터 지난해부터 대안공간 루프 신진작가 공모전의 심사위원으로 참여하면서 나는 2007년에 비해 2008년 공모자들의 수준이 굉장히 향상되었음을 느꼈다. 많은 공모자들 중에서 누군가를 선택을 한다는 것, 다른 심사위원들과 함께 서로 의견은 교환하면서 그것을 통합하는 것도 힘든 일이었지만 대단히 흥미로운 일이었음에 틀림없다. 심사 초반, 각 심사위원들의 의견은 굉장히 다양했다. 점차 우리는 서로의 의견을 반영하면서 동시대 미술의 현 상황에 대한 척도를 찾아 이에 맞는 작가를 선별해냈다. 모든 공모자의 포트폴리오를 검토하면서, 나는 일본의 작가들에 비해 한국의 작가들이 동시대 미술의 국제적 기준에 더 잘 대처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이러한 현상은 아마도 한국의 작가들이..
2008.02.02 -
전시평론_Benjamin Stroun
True stories_스위스 제네바 '아테네 미술관' 전시 지난 4월 28일, 구경거리를 찾는 수많은 사람들이 제네바 상공에서 느린 속도로 움직이는 어떤 미확인 비행물체를 발견해서 화제를 일으킨 사건이 있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날 마치 다른 우주 공간에서 지구로 방문을 온 것처럼 보여졌던 이 방문자들의 정체는 레만 호수 근처의 어느 일류 호텔에서 날려 보낸 한 무더기의 발광 풍선들로 밝혀졌다. 한 짧은 시간 동안이었지만 우리는 분명 공상 과학 이야기로부터 접한 상상을 통해 현실 세계를 바라보고 있었다. 우리가 사는 이 현대 사회가 우리에게 가져다 주는 욕망들, 근심들을 직접적으로 반영하는 문학, 공상 과학은 우리에게 수많은 이야기들을 들려 주고 우리는 그 이야기들로부터 상상한 것으로 때로는 현실을 인..
2007.05.30